순대아짐의 독백
부부가 함께하는 주말농장. 즐거워. 본문
주말농장 시작한지 두달째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고랑만들고 씨앗뿌리고 모종 심어 놓으면
태양과 물과 흙이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생명이란 참 신비한 거다.
한 주만에 갔는데도
날이 따뜻하고 비가와서 그런지 주말농장이 너무 풍성해져 있다.
가지가 훌쩍 자라있다.
열매도 열려있다.
한 주 후에 가면 딸 수 있을 만큼 자라있을꺼다.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작년까지는 풋고추와 청량고추를 심었는데
올해는 오이고추와 풋고추로 심어봤다.
뭐가 오이고추고 뭐가 풋고추인지 헷갈린다.
맛보면 알겠지.
가지가 버티지 못 할 정도로 방울토마토가 많이 매달려 있다.
아침이슬이 이파리에 알알이 맺힌 모습 같기도 하다.
담주면 빠알갛게~ 익어있겠지?
호박과 오이는 조금이라도 자리를 더 차지하려는 듯하다.
쳐 놓은 줄을 향해 덩쿨이 쭉쭉 뻣어 서로 엉켜있다.
손을 못대겠다.
지주대가 더는 없어 뭘로 넝쿨을 타고가게 만들어 줘야 할지 조금 고민된다.
이녀석은 다음주면 내 팔둑 만큼 두꺼워져 있을 것이다.
넝쿨 속에 숨어 있는 오이를 발견했다.
이녀석도 지금 따기에는 작다.
적어도 이녀석 정도는 되줘야쥐..
이녀석은 호박꽃이다.
못생긴 사람을 비유해서 호박꽃이라 하는데
이리 이쁜 꽃을 왜 못났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오이꽃이다. 호박꽃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작고 색도 연하다.
같이 찍어놓으니 두 꽃이 비교된다.
엄마와 아가 같다.
샐러리는 꽃이 피어버려서 더이상... 먹을 수 가 없다.
이정도면 섬유질이 너무 질겨져 있기 때문이다.
겨자도 꽃을 피웠다.
매콤한 겨자를 맛 볼 수 없다니...
이녀석은 당귀이다. 이런 꽃이 피는지는 몰랐다.
올해 처음 심어봤기 때문이다.
쌈도 쌈이지만.. 꽃이 너무 이쁘다.
안개꽃 같기도 하고 수국같기도 하고 ~
꺽어다 꽃병에 넣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른 당귀는 다 멀쩡한데.. 왜 이녀석만 이렇게 꽃이 피었는지 모르겠다.
다른 당귀는 아직도 이렇게 멀쩡하다.
신선초는 다년생이라... 여전히 쌩쌩하다.
씨앗으로 뿌렸던 상추가 잘 커있다.
어찌보면 보라빛 꽃무더기 같기도 하다.
비온 다음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들깨를 옮겨심었는데
그 녀석들이 이렇게 많이 자랐다.
잡초와 함께.
이젠.. 잎을 따서 쌈을 싸먹을 수도 있고 장에 절여 먹어도 될만큼 자라있다.
흠~~ 들깨 향이 느껴진다.
허전했던 주말농장이 이젠... 빽빽하다.
쌈채소 있던 자리만 좀 휑하다.
이리 풍성한 초록이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많이 상해 있겠지.
조금이라도 손을 더 봐주면 장마를 좀 잘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말마다 가서 열심히 손 봐주지만
자연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장마 지나고 나면.. 소용없다.
그래서 영감과 나는 비닐하우스 한동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퇴직하고 시골생활을 하게되면 비닐하우스 한동 짓자고 약속했다.
손을 타서 그런지.. 오이와 호박이 기대한 것 만큼
많지는 않다.
그래도 즐겁다.
ㅎㅎ
이 채소를 품고 가면서
영감과 나는 삼겹살을 굽고 맥주 한잔 할 생각에 행복해 한다.
흔히들 말한다.
부부가 서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맞는거 같다.
평일은 눈 마주칠 시간도 거의 없지만
주말이면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같이 땀흘리며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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