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아짐의 독백
묵은 갓김치로 풍성한 저녁식탁을~~ 본문
어제 저녁 8시쯤 사무실에 있는데 울 영감한테서 전화가 왔다.
근데.. 딱! 말하는 분위기를 보니 소주 한잔을 그리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영감한테
"내가 퇴근해서 김치찜 만들어 놓을까?" 했더니
"그럼~~ 좋지~~"하는 거다.
30분 정도 일을 더 하고 마무리 지은 다음 집에 도착하니 8시 50분. 집이 가까우니~~ 넘 좋군.
(얼마 전에 집 가까운 곳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출퇴근 시간이 얼마 안걸린다.)
이제... 반찬 없고... 입맛 없을 때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나의 비장의 카드 김치찜을 만들어야 겠군.
김치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차~~ 조금 질겨서 못먹고 있는 갓김치가 있었네.
좋다. 오늘은 갓김치로 만든 김치찜이다.
너무 너무 간단한 요리 시작!!
일단... 주재료가 갓김치이지만... 배추김치가 빠지면 서운하니까
배추김치를 냄비 바닥에 깔고~~
작년에 배추 잎사귀 잔챙이 들로 버무려 놓은 배추김치랑 모양은~~ 영 시원찮군.
그.러.나. 맛은 기가 막히다는 거~~
냉장고 열어보니 한근 반정도의 돼지고기 목살이 있어어서
애기들 손바닥만한 크기와 내 손두께 정도로 썰어서 김치 위에 깔고...
(원래는 더 두껍고 더 넓게 썰지만, 오늘은 시간이 좀 부족하니 작게. ㅋㅋ 그래야 빨리 먹쥐)
고기 깔았으면 그 위에.. 갓 김치 뜸뿍 덮고~~
헐~ 사진 보니 듬뿍 아닌 것 같군. 그러나 듬뿍 얹었음.
고기... 나머지 다시 깔고~~ 갓김치로 다시 덮는다.
이론, 마지막으로 갓김치를 덮은 사진이 없군.
어쩔 수 없이 통과!!
여기에... 이제 물만 부어서 푹~~ 끓여주면 끝.
근데.. 무슨 물을 붇나~~?
작년에 담가놓은 매실액 조금 넣고
맛술 만들어 놓은 거 있어서 맛술을 충분히 부어 주었다.
요녀넉들이 맛술과 매실액 (미리 준비해 놓는 주부의 센스!!)
이 녀석들 없을 땐 그냥 맹물 부어서 끓여도
김치에 모든 양념이 다 되어 있어서 따로 앙념 필요 없다.
이렇게... 내용물이 충분히 잠기게 맛술을 부어준다.
그래야 이따 오래 끓여도... 타지 않쥐.
근데. 별로 맛 없어 보이는 군.
뚜껑 닫고 35~40분간 푹~ 끓이면 완~~ 성~~~
이것도 별로 맛없어 보이는 군.
냄비에 있는 고기를 잘게 썰어주고... 갓김치와 배추김치도 옆에 담아주면
저녁식사 할 준비 90% 완료.
여기에... 마늘대 무침이랑. 제작년에 담근 고추짱아찌를 곁들이고..
화룡점정으로 이슬이와 하이트를 살짝 올려놓으면
ㅋㅋㅋㅋㅋㅋ 식사 준비 끝.
돼지고기 한 점이랑~ 갓김치랑 같이 한입 맛보니
짱~이예요!!
나만 짱이 아니고 영감도 짱이란다.
영감은.. 이슬이도 같이 있어서 너무 좋단다.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그런거 상관 안하고
맘껏 배불리~~ 느므느므 맛있게 먹은 저녁이었다.
이 갓김치랑 배추김치는 작년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걸 가지고 담근거고..
고추장아찌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는 내가 너무 바빠서 주말마다 밭에 가지 못하고 좀 뜨문뜨문 가서 그런지
배추도 좀~~ 덜 알이차고 갓도 좀 질겼다.
일단... 이 애들로 김장을 하기는 했는데...
배추김치는 맛있게 먹고 있지만 갓김치는 그냥 먹기는 약간 질겨서 잘 안먹었던거다.
오늘 갓김치로 이렇게 김치찜을 해보니 그때 안버리고 갓김치 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 농장은 나에게...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곳이다.
조금의 정성만 들이면
태양과 물과 흙이라는 고마운 존재들이 나의 농작물을 쑥쑥~~ 키워주니 말이다.
자연의 힘은 놀랍다.
가끔씩 비가 내리면
"아~~ 내 밭에 있는 애들이 목을 축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장마로 비가 계속 와서 밭이 망가져 있는 걸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애네들이... 얼어 죽지는 않았나~~ 하고 걱정하게 된다.
마치 자식 키우는 마음 같다고나 할까.
내가 감히 농사짓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 한다고 하면 비웃을지 몰라도
농부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 아닐까 감히 가늠해 본다.
대한민국의 모든 농사짓는 분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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