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아짐의 독백
서럽고 외롭고 슬펐던 마늘까기 본문
지난 가을에 마늘을 세접을 샀었다.
감장도 하고 두고두고 먹으려고 말이다.
근데..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없어서 인지
마늘을 까놓지 못했다.
베란다 한켠에 놓아둔 마늘을 살펴보니
싹이 조금씩 나있는게..
이대로 그냥두면 안될꺼 같기에
언제 시간이되면 맘먹고 마늘을 까야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주 일요일... 드뎌 마늘까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조금씩 까먹고 김장하고 남은게
두접은 족히 되보인다.
휴~ 시작하려니 한숨이 나왔다.
영감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계속 출근을 했는데
어쩨 지난주에는 출근을 안해도 된다고한다.
그렇지만 모처럼 쉬는데 마늘 까는거를 시키고 싶지 않아
나 혼자 깠다.
그래도 속으로는 영감 입에서 도와준다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물론 도와준다고 해도 이번주는 푹쉬라고 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조금씩 까서먹지 뭘그리 힘들게 다까려고 하냐고 한다.
뭐. 어차피 나 혼자 할 생각이었기에
걍 별말 안했다.
시어미니도 몸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도와줄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고
초등 3학년 딸에게 이런걸 벌써 시키고 싶지 않아
나혼지 묵묵히 깠다.
아침먹고 바로 시작해서 점심 저녁도 거르고 하루종일 깠는데도
1/3 정도 밖에 까지 못했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해서 밤 10시에
남은 마늘을 다시 베란다에 내놓고
깐마늘은 비닐봉투에 담에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 두었다.
도저히 그시간에 마늘을 빻고 잘 기력이 없어서 말이다.
마늘 까느라고 일요일 내내 씨름해서 그런지
주중에도 팔과 손의 관절이 조금 아팠다.
한주가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낀 3일간의 연휴가 왔다.
하지만 난, 크리스마스고 뭐고 마늘까기를 마쳐야 했기에
아침밥을 먹지마자 또 마늘을 꺼내서 까기 시작했다.
왠일로 이번주에도 영감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내심 오늘 마늘까는건 좀 도와주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주엔 도와주겠다고 하면 옳다쿠나 하며 시킬참이었다.
근데... 역시나 하루종일 마늘을 까는데
영감은 도와준다는 말은 절대 안한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니 출근하지 않아도 되서
시작한 김에 아예 끝내버릴 생각으로 마을을 까는데..
까도 까도 줄어들지가 않는다.
밤 11시가 되니 졸리기도 하고 몸도 너무 힘들어
영감한테 마늘까는거 도와주면 좀 일찍 마칠것 같은데 마늘좀 까라고 하자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왜 이렇게 미련하게 한꺼번에 까냐고만 한다.
이런!!
마늘에 싹이 나서 까서 찧어놓을려고 그런다는
구차한 말은 하기싫어서 걍 입다다물고 있었다.
새벽 세시반이 되서야 겨우 마늘까기가 끝났다.
후~
정말 온몸이 뻑저지근하고 아프다.
그날 밤은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안하고 잤다
그 다음날 저녁이 되서
영감에게 어제는 너무 서운했다고
영감이랑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면서 가장 서운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늘에 싹이나서 그냥두면 못먹으니까
까야했다고 하니
그때서야 그런줄 알았으면 자기도 깠을꺼라고 말한다.
미련스럽게 마을을 까는게 너무 싫어서
일부러 안도와줬다는 궤변을 늘어 놓으면서 말이다.
그런 말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마늘을 너무 오랫동안 깐것이
피로가 덜 풀렸는지
어제는 하루종일 헤롱대다
아홉시도 안되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괜히 눈물이 난다.
저런 사람이 과연 내 남편인가...
내 남편이 맞다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스스로 마늘까는걸 도와줄 생각은 못했어도 도와달라고 하는데도 계속 책만보고 있을까....
암튼 이런 저런 생각에
슬프고 서운했던 감정이 복받쳐서 한참을 훌쩍거리다
잠이 들었다.
지금도 영감한테 너무 서운하다.
아침밥 안먹느냐는 영감의 말에
괜히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배고프면 차려먹든가 말든가"라고..
하지만, 내가 화내봤지 우리집의 평화만 깨지니
꾹 참는다.
대신 오늘하루 어항청소, 집청소,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등등
이런저런 집안일 시키면서 화나 풀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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